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한참 전부터 미국의 거대기업과 은행의 총수들은
미국 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의 핵심적인 정책입안자들이 1939년 말 조용히 영향력 있는 정책집단을 하나 꾸렸다.
뉴욕외교협회 산하의 전쟁과 평화연구그룹이었다.
이 비밀집단의 임무는 간단했다.
바로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며 미국이 이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지배적인 세계권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전후 미국의 정치경제적인 목적을 정하는 일이었다.
전쟁과 평화연구그룹은 실제로 미 국무부의 중대한 전후 구상을 죄다 떠맡다시피 했다고 한다.
심지어 1942년 이후 구성원들 대다수는 국무부에 기용되기까지 한다.
그들은 미 상업제국을 전 세계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태니커를 승계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대영제국과 달리 세계지배에 대한 미국인들의 야심은 식민지를 물리적으로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방식에 기반하고 있었다.
세계권력은 더 이상 군사적 지배로 유지해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이 체제가 너무나도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대영제국을 통해 드러난 결과이다.
그리고 이들은 억압받는 식민지 민족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는 슬로건 아래
자유기업과 개방경제 정책을 3세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이해관계를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참고로 뉴욕외교협회는 파리에서 베르사유 평화회의가 진행되던 1919년 5월 설립된 집단인데
이들이 추구하는 아젠다는 민주주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석유사업 은행업 그 밖에 관련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극소수 미국기업인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였다.
이들은 추후 각종 로비활동을 통해 미국정부의 독점금지법 적용을 면제해 주는 법규를 통과시킴으로써
합법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길을 열었다.
미국 한 나라에 그칠 경우 시장 잠재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반해
광대한 해외시장을 장악하면 막대한 이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41년 초 헨리 루스는 미국의 세기라는 제목의 글을 실는데 그는 이 글에서 외교협회를 중심으로
미국인들이 세계 지배권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끌어 안아야 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나라로서 의무와 기회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우리가 적당하다고 여기는 목적에 맞게 우리가 적당하고 여기는 방법을 써서
우리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전후에 국제자원과 국제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경쟁국들이 전쟁을 치르느라 하나같이 쑥대밭이 되어가는 도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발견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뉴욕외교협회의 입안자들이 구상했던 세계지배 시나리오는
GATT뿐 아니라 IMF 세계은행 같은 새로운 브래턴우즈체제 그리고 새로운 조직 유엔을 통해서 성취된다.
그리고 미국 대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폐쇄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을 기치로 자신들의 의제를 힘껏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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